여성 대부분은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술을 끊거나 음주량을 크게 줄이곤 한다. 임신 중에 술을 마시면 산모의 건강과 태아의 발달을 해친다는 것이 잘 알려졌기 때문이다. 반면, 임신하기 전에 마시는 술에 대한 폐해와 관련된 연구와 근거는 매우 부족한 상황.이런 실정에서 임신 전에도 고위험음주를 하면 태아 발달에 이상이 생겨 거대아 출산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의 김원호 박사 연구팀이 '한국인 임신 등록 코호트'를 활용해 발표한 연구다. 여기서 고위험음주란 1회에 5잔 이상 또는 주당 2회 이상 마시는 경우를 말한다.거대아는 출생 시 체중이 4kg 이상인 아기다. 거대아를 낳은 산모와 아기 모두에게 합병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산 중에는 분만 손상을 많이 받을 수 있고, 선천성 심장병 같은 선천성 기형의 발생 빈도가 높으며 지능과 발육 지연이 생길 수도 있다. 또, 아기가 성인이 됐을 때 당뇨, 고혈압, 비만,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김 박사 연구팀은 2020년 동물모델을 이용한 실험을 통해, 임신 전 2주 동안 알코올을 섭취한 암컷 쥐에서 임신 능력 감소와 태아 발달 이상 및 거대아 출산율이 증가한다는 사실과 원인을 처음으로 학술지 scientific report에 보고했다.이번 연구는 동물모델을 이용한 연구 결과를 실제 임신 경험을 가진 여성에게서 확인하기 위해 실시됐다. 연구팀은 한국인 임신 코호트 중 2,886명을 세 그룹으로 나눠 분석했다. 임신 전 음주를 전혀 하지 않은 비음주군(561명, 19.4%), 일반음주군(2,099명, 72.7%), 고위험음주군(226명, 7.8%)이다.연구 결과, 임신 전 고위험음주군에서의 거대아 발생률은 7.5%로 가장 높았다. 비음주군(2.9%), 일반음주군(3.2%)에 비해 2.5배 이상 높은 것. 또, 임신 전 월별 음주잔 수에 따라 세분화해 분석한 결과, ‘20잔 이상 섭취 군’부터 거대아 발생이 유의적으로 증가했다. 아울러 임신 전 고위험 음주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기의 경우, 신생아 집중치료실 입원율이 유의적으로 더 높았다.한편, 임신 전 음주 상태 구분에 따른 거대아 출산 위험을 예측하기 위해 다변량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실시했다. 산모 나이, 임신 전 비만도(bmi), 출산경험, 임신성당뇨 등의 거대아 발생 주요 위험인자들을 보정한 후에도, 임신 전 고위험음주군에서만 거대아 출산 위험도가 비음주군 또는 일반음주군에 비해 2.3배 증가했다. 동물모델에서와같이, 가임기 여성에서도 임신 전 고위험음주가 거대아 출산위험을 높이는 독립적인 주요 위험지표임을 처음으로 확인한 결과다.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은 “이번 연구 결과는 임신 '중' 음주의 위험성과 함께, 임신 '전' 음주 역시 거대아 출산위험을 높인다는 직접적 근거를 처음으로 제시하는 것”이라며 “임신 전 음주 여부가 거대아 출산위험을 조기에 예측할 수 있는 독립적인 위험지표로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과, 향후 새로운 위험 예측 모델을 개발하는데 활용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임상역학 분야의 국제학술지인 plos one(플로스 원)의 지난 8월 온라인판에 게재됐다.